인터로케이션:::서로 길목이 되어라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이유가 저들-극우수구세력들-의 아이돌이어서일까요? 아니요. 그만큼 쥐고 흔들기 만만한 상대기 때문입니다. 비리도 많고, 욕심도 많고, 정치는 잘 모르는데 나대기는 좋아하고, 무식해서 시키면 앞뒤 안 가리는 돌격대원 스타일이라서 간택된 겁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간택될 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정경유착이 얽혀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드라마 프로덕션의 대표도 그 줄에 서면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까, 아님 불이익이라도 당하지 않으려고 띠 두르고 선거운동에 나설 정도였습니다. 쥐새끼가 왜 죽어라 민영화를 외치겠습니까? 다 정경유착의 이해관계, 조중동의 요청에 충실하려면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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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8 386 세대가 겪은 국산품애용과 한국경제

386 세대가 겪은 국산품애용과 한국경제
(서프라이즈 / 봉피리 / 2008-8-7)

  • 국산품애용으로 힘을 실어준 한국경제의 어제, 오늘, 미래
  • 국산품애용운동으로 자란 한국기업의 득과 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386세대들이 중·고등학생 시절 자랑처럼 암송하고 다녔던 박인환님의 '목마와 소녀' 마지막 구절이다. 지금도 70~80%는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 시에 내재되어 있는 절망스런 현실에 대한 체념과 허무, 인생에 대한 통찰, 삶의 위로와 각성 등은 깨우치지 못했다. 그저 시구(詩句)가 너무 멋지고 알싸했다.

우리 서로 몸을 기대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니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욱 소리가.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시인인 구르몽(RAmy de Gourmont)의 '낙엽'도 애송시 중의 하나였다. 시를 읽고 낙엽 밟는 소리가 궁금해 낙엽이 쌓인 거리를 찾아 헤맨 적도 있다.

그 시절 왜 유달리 애상적이며 비극적 정서가 담긴 시들을 좋아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때의 삶과 많이 닮아있던 시라는 느낌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386세대 교육은 암울했다. 그렇다고 지금 교육이 정상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맥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의 질과 양을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서로 바꿔야 함에도 변화를 두려워한다.

주입식, 암기식, 영어몰입교육 등에 묻혀 인성교육, 특성화 교육, 창의, 창조적인 인재양성은 뒷전이다. 획일화에서 다변화로 옮겨가야 함에도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 않는다.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는데 말이다. 획일화된 사회가 다변화 사회로 변화되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희망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386세대 교육은 암울했다. 주입식 교육의 절정기였다. '왜?'라는 의문은 용납되지 않았다.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소양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주입과 복종만 강요당했다. 단단한 껍질 속에 밀어 넣고는 통제하고 억압했다. 껍질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여차 없이 징계가 가해졌다. 그런 그들에게 개성과 독창성이 있을 리 만무했다. 남이 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하면 사회로부터, 동료로부터 외면받아야 했다. 일본의 식민지정책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 그곳이 교육계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다.

386세대가 받은 교육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혼·분식 장려운동, 두발규제, 반공교육, 국산품애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득하지 못하고 이끄는 대로 따라야 했다.


368 세대가 받은 교육, 통제와 복종뿐

386은 도시락 교복세대이다. 그들의 도시락에는 30% 이상 보리밥이 섞여있어야 했다. 선생의 도시락검사에 적발되면 징계를 면하지 못했다. 이처럼 혼·분식 장려운동은 권력의 남용, 규율과 통제에 국민이 얼마나 순응하는지에 대한 시험장이었다. 근면 검소한 의식함양의 탈을 쓴 통제국가의 완성이었다.

흰 쌀 편식의 부작용만 세뇌되었다. "흰 쌀밥만 먹으면 체질의 산성화를 초래하고 대뇌변질 증을 일으켜 판단력이 흐려지고 지능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 "흰 쌀밥을 먹으면 아이들의 성격이 갈수록 나빠진다." "보리에 비해 쌀은 비타민B1이 부족하여 각기병, 신경통, 건망증, 피로감, 식욕부진을 초래한다."는 설명만 들었다. 이런 이 일을 어쩌나. 흰 쌀밥이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되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흰 쌀밥만 먹은 우리 아이들은 너무 착해서 탈이며 위의 증상 없이 건강하기까지 하다.

386들은 그때 또 이렇게 교육받았다. 제주, 경남, 전남 지역이 평균 장수율이 높은 것은 보리 재배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 서울, 강원, 경기 지역이 평균 장수율보다 아래인 것은 그 반대이유 때문이라고 도표까지 동원한 설명을 들었다. 그 시절엔 정확한 정보부족 탓으로 그것이 옳다고 무조건 믿었다.

혼·분식 장려운동은 통일벼가 농가에 보급되고 영농기술이 발전하면서 1977년에 쌀 자급시대를 열었지만 그 후 한동안 계속 되었다. 쌀 막걸리 제조도 14년 만에 허용되었다. 식량증산 7개년 계획을 수립한 1965년을 기점으로 6년 만에 통일벼가 보급되었고, 그로부터 다시 6년 만에 쌀 자급시대를 연 것이다.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국민의 식탁을 통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과 시간을 벼 품종 개량에 쏟았으면 훨씬 더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교복을 입히고 두발을 규제한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통제하고 단속하기에 용이 하다는 것이었다. 빈부격차로 인한 소외감, 사복가격 절약, 통일감 부여의 장점에 묻혀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지 않는 획일화의 단점과 부작용은 거론되지 않았다. 신상품을 소화하고 평가하는 데 민감한 소비층에 똑같은 옷을 입혀놓았던 것이다. 섬유산업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두발규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시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그 어린이(초등 2년, 9살)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선생이 맞다 하면 믿어야 했다. 지금이야 NSI(네티즌 수사대)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정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줄 것이지만 그때는 부정확한 소문 밖에는 달리 없었다.

그런데 9살밖에 안 된 소년이 가족의 죽임을 면전에서 보고, 자신의 입이 찢기는데, 서슬 퍼런 총부리 앞에서 과연 그런 말을 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그 소년이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었기에 특별한 감성과 용기가 있었다고 백번 양보하자. 그러면 그 소년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이념교육의 개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얼마나 세뇌를 받았으면 공산당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할 것 같은 어린 아이가 공산당이 그토록 사무치게 싫었을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작문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북한과의 긴장관계 유지를 군사정권과 체제유지에 활용한 것은 아닐까. 독재정권의 나팔수였던 언론이 반공정신 고양에 춤을 추고 장단을 맞춘 것은 아닐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2003년 2월 MBC 'PD수첩 오보, 그 진실을 밝힌다'는 프로그램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사실이 아니라 작문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했다. 그로 인해 1968년 12월에 이 사실을 특종 보도한 조선일보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었다.) 

이처럼 386세대들이 받은 교육은 진실과 원칙, 정확한 정보가 매몰된 허상이었다. 이런 교육을 받은 386세대들은 독재와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분연히 일어선 적도 있었지만 아직도 그들이 뿌린 마법의 덫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이 덥고 짜증 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2008년 여름, 우리가 만들었기에 우리가 인내 해야 할 슬픈 자화상(自畫像)이 그것이다.


386이 겪은 국산품애용과 한국경제

학교 곳곳에는 '국산품을 애용합시다!'라는 표어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표어, 포스터, 글짓기 대회에서 쌍벽을 이룬 주제는 반공과 '국산품애용'이었다.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무조건 국산품을 사용해야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었다. 철이 들고 어느 정도 사고가 가능한 시점부터 그것을 걷어내고 또 걷어냈지만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다.

학창시절 친구가 외제 학용품을 몰래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비웃었다. 심지어 매국노라고 놀리기도 했다. 외국영화를 보고 싶다는 여자 친구의 의견은 언제나 무시됐다. 지금 외국영화에 비해 수준이 떨어져 재미없다고 한국영화를 외면해버리면 영원히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로 그녀를 달랬다. 또 외화유출을 이유로 외국여행보다는 국내여행만 고집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역시 모두 국산으로 장만했다. 품질에 불만이 있어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잔고장으로 서비스센터를 들락거리면서도 불평불만 하지 않았다. 비록 나 혼자의 힘은 미약하지만 국산품 애용이 모이고 모이면 거대한 동력이 되어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수많은 유혹을 뿌리쳤다.

386세대들은 대부분 그랬다. '조선물산장려운동'의 의미를 배우고 '국산품애용운동'과 '신토불이'를 실천했다. 그런데 사고와 비판이 가능한 시점에 접어들어 그것이 정답이 아니었다는 결론에 치를 떨었다.

우리가 지독한 애국주의를 기반으로 국산품을 애용하며 힘과 부를 몰아줬던 소위 재벌기업들은 네 번의 배신을 했다.

먼저 소비자를 배신했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식품에 생쥐머리, 바퀴벌레, 나방, 커트날, 녹슨 동전 등의 이물질을 넣어 팔면서 최고라고 선전했다. MSG, 트랜스 지방산, 팽창제, 중금속, 인공조미료, 향료 등의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과자 제품을 죄책감 없이 판매했다. (KBS 추적60분 '과자의 공포' 참조) 대기업 제품이기에, 국산이기에 믿고 사준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다.

6일 LG텔레콤 통신망 장애로 인해 1시간째 일부 지역에서 통화가 단절돼 가입자들이 고객센터로 항의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이 출시한 휴대폰이 심한 '초기 버그'로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그 제품들이 "60만 원이 넘는 고가 폰이라 버그도 저가에 비해 많나?"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국산품 애용의 시발이었던 '물산장려운동'이 1923년에 시작되었으므로 벌써 85년이 흘렀다. 그동안 소비자인 국민들은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인내하고 인내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역시나'였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달란 말인가.

그들은 또 노동자들을 배신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동조합 불인정 등의 노동착취를 참아가며 회사에 충성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모든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수시로 내뱉던 최고경영자의 발언은 입발림이었던 것이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대거 해고당하는 아픔을 수많은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다.

IMF체제가 끝나고 난 뒤 정리해고된 일자리는 임시. 일용직과 용역. 파견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기업은 과거 정규직에 지불했던 수당. 사회보험료, 기업복지 등 다양한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그런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맹신하는 현 정부에 빌붙어 노조와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원리를 침해하는 '경직성'에 다양한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다. 해고, 비정규직 확대, 임금 등의 제반사항들은 노조와 사용자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능력과 성과'에 의해 개별적으로 결정된다. 그렇게 되면 산별노조의 중앙협상 감소와 노조조직률은 감소될 것이 뻔하다.

이런 정부의 정책에 대기업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은 외면하고 또다시 회사의 이익만 좇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또 한 번 배신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기업들은 중소기업을 배신했다.

생산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납품단가와 2~3개월짜리 어음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횡포로 중소기업의 잠재적 부실을 키웠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분은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불량클레임을 대금결제 연장의 도구로 활용하여 중소기업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했다. 또 자신들의 주력 생산제품이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해서 저가에 판매하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했다.

물론 포스코와 같이 중소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를 취하는 기업도 없지는 않다. 포스코는 현금거래대금 전액결제를 2004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제품판매와 구매, 외주협력, 인력개발 등 전 부문에 걸쳐 1조 3천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수립 시행하기도 했다. 또 각종 거래조건 완화와 외상판매 확대 등으로 중소기업들에 모두 1,060억 원의 금융지원 효과가 발생하도록 지원했다. 태평양과 아시아나 항공 등도 협력업체에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포스코 등이 취하고 있는 이런 대 중소기업 협력관계가 국가경쟁력을 배양시킬 수 있는 모델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다른 대기업들의 상황인식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을 외면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정책으로 나라가 부강해질까. 대일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로 따져보자. 적자요인은 수입을 통해 수출을 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기계류 및 부품 분야의 낙후성이 대일무역 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대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려면 수많은 부품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자체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부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류의 개발 등을 대기업에서 지원하며 상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개선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 가능하도록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공존공영을 위한 협력기반 구축으로 발전되지 못한다면 영원히 한국은 일본에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익을 위하는 진정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디에선가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2차 협력업체의 대금 지불문제로 한숨을 쉬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신한 결과물이다. 더 걱정은 현 정부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벌기업들은 국민을 배신했다.

국민들이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산품을 애용한 것은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일념뿐이었다. 세계적인 기업들 속에 자국 기업이 포함되는 시기를 앞당겨 주기를 확수 고대했다. 세계적인 명품들과 첨단기술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세계무대에서 호령하는 기업들을 가슴에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은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처절하게 허물어뜨렸다. 이익잉여금(利益剩餘金) 등을 재투자해 미시(微視)기술 격차를 줄이거나 신성장동력 발굴에 사용했어야 했다. 한국기업만의 독창적 기술을 만드는 데 사용됐어야 했다. 기술자립과 기술혁신이 장래에 처할 치열한 경쟁관계를 대비하는 보험이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익잉여금 등을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비자금으로 조성했고, 그 비자금은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뇌물로 소멸되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특혜만 남아 기업의 덩치만 키웠다.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작은 외풍에도 무너질 수 있음에도 내실보다는 외향에 치중한 것이다.

또 이익잉여금을 일순간에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쏟아 부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 한국의 대기업은 부동산재벌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자청했다. 쉽게 돈 버는 방법을 터득한 대기업들은 승승장구했다. 그들에게 기술혁신과 국제경쟁력강화, 글로벌경제, 독창적 원천기술 개발 등은 안중에 없었다.

그러한 결과, 부조리와 불균형이 만연한 산업구조, 재벌 오너들의 방만한 경영 등이 원인이 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한보철강 부도(97년1월23일), 삼미그룹 부도(3월19일), 진로그룹 부도유예(4월21일), 대농그룹 부도유예(97년5월), 기아그룹 부도유예(7월16일), 16개 종금사에 1조 원 한은 특융(10월13일), 기아자동차 법정관리(10월22일), 해태그룹 계열사 화의, 법정관리(11월1일), 뉴코아그룹 화의신청(11월4일) 등으로 도미노처럼 대기업들이 무너졌다.

IMF 신탁통치 하(97년12월3일)에서 종합금융회사들은 대거 업무 정지되고, 거래약정 8위인 고려증권 부도, 재계서열 12위인 한라그룹이 부도 처리,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99년6월30일) 등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졌다. 환란위기 이후 62조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구조조정비용으로 들어갔다. 국민에게 진 빚이다.

급기야 IMF 하에서도 구조조정 등에 소극적이었던 대우그룹이 또 한 번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1999년 8월 26일 ㈜대우 등 12개 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으며, 채권단이 9월 7일 워크아웃 12개 계열사에 신규자금 1조 원 지원결의가 있었음에도 결국 11월 25일 (주)대우, 대우자동차가 워크아웃 방안을 확정했다. 또 한 번의 경제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대형사건이었다.

이런 대우사태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 중에는 분식회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상함으로써 재무 상태나 경영성과 등을 고의로 조작하는 분식회계 규모가 천문학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식회계가 일부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거의 모든 기업들에 관행처럼 되고 있었다는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도 떠들썩했었다. 은행명의의 채무 잔액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 등으로 1조 5천억 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며,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등이 배임혐의로 기소되는 등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 중에는 "2000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5곳이 6천억 원에서 2조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각각 처리했다"는 내용이 있다.

김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2조 원, 삼성항공 1조 6천억 원, 삼성물산 2조 원, 삼성 엔지니어링 1조 원, 제일모직 6천억 원을 각각 분식회계 처리했다"고 한다. 또 "분식회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부를 유출시키는 방법을 통해 분식을 줄이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 중에서 유명한 것으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 있는 것으로 (삼성중공업이)꾸몄다"가 회자되기도 했다.

또 김 변호사는 2002~2003년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이용해 이건희 회장의 부인 등이 600억 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 속에는 '베를레헴 병원'(프랭크스텔라),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등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조준웅 특별검사 팀은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 혹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는 '삼성 특별변호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이 밖에도 각종 세금 포탈과 경영권 불법 승계,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하는 등의 불법들을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스스럼없이 행했으며 아직도 암암리 자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국민을 배신했고 또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죄과를 뉘우치고 회개하면 된다. 싸늘하게 식은 국민들의 시선이 두려우면 그러해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만한 차입경영으로 말미암아 외환위기를 초래한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그럴 의향이 있으면 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를 적용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재벌을 후진적, 비효율적인 경제조직으로 단정하고 독립전문경영체제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주장하면서 전문경영인 중심, 단일기업 중심, 사외이사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국내 기업들에 적용해야 할 최적의 지배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들이 이러한 주장을 겸허하게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정권이 뿌려주는 비호의 샘물을 받으며 온실에서 자란 식물이 노지로 스스로 나오는 모험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인식전환이 없는 한 말이다.

대기업들은 과거와 현재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천성을 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그것을 감시 조정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대기업에 힘을 더 실어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는 '국산품애용'과 '애국주의'를 고수해야 할까. 그것이 정답일까. 또 국민이 나서야 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이처럼 피곤하게 된 사실이 서글프다.


가격과 효율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

위에서 살펴봤듯 대기업, 그들은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땀과 눈물에 소비자들의 한숨까지 얹어 포식하며 자라났다. 각종 비리와 이권에 결탁해 비대한 몸집을 불렸다. 성장지상주의 개발정책에 힘입어 공룡이 된 그들은 '대마불사'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해 그 유행어가 틀리지 않다는 고집을 지켜줬다. 그런 대기업들은 '국산품애용'과 '애국주의'를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소비자의 지갑만 노릴 뿐이었다.

국산품 애용을 하면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강요는 허구였다. 소비자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기업의 품질향상과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강하다.

이런 주장을 하면, 외제를 쓰면 한국이 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한다. 그런 인식으로 외국의 경우를 보자. 유럽 등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자국의 상품만 고집하지 않는다. 품질과 가격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그래도 망하지 않고 건재하다. 그리고 한국의 상품경쟁력도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으므로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한 이유로 제시할 수 있다.

'한국산은 저가'라는 통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오히려 한국산이 최고급 상품으로 인식되며 해외로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괄목상대한 것이다. 만약 한국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고집하고 있었다면 이만큼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국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할 리는 없다.

무엇보다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수출드라이브(export drive)정책을 펴는 현 정부가 있지 않은가. 이 정책으로 각양각색의 신흥재벌이 등장하여 새로운 사회·경제 문제로 떠오를 것이란 걱정만 하면 된다. 그들에겐 애초부터 내수경기는 중요하지 않았으니 나라가 망할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한국을 진정으로 위하고 국내 대기업의 변화를 바란다면 국산품 애용이 능사가 아니라 최고 품질의 상품을 소비하는 까다로운 소비자로서 경제의 주체로 등장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합리하게 책정된 가격과 삼류 서비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기업들의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 Kartell)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소비자의 인식이 전환되면 대기업들에도 유익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제품을 재구매하는 소비자,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가 있는 한국, 이 실험성 강한 시장을 만족시킨다면 먹히지 않을 해외시장이 어디 있겠는가. 국내 대기업들에 어느 정도의 긴장상태를 부여해야 된다는 이론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터닝포인터는 현 정부가 비준에 혈안이 되어있는 한미FTA가 될 것이다. 기업들이 학수고대하는 한미FTA 시대가 오면 수출물량이 확대되는 이점과 더불어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짜내야 할 것이다. 품질을 향상시켜야 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에 골몰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에는 '국산품애용'과 '애국주의'는 철 지난 구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확대됨으로써 소비자가 경제의 핵심주체로 올라서고 막강한 파워집단으로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물가는 낮아진다. 국내 판매용과 해외 수출용이라는 구분도 사라진다. 서비스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 보증수리기간도 월등히 늘어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되고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그의 저서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서 "국산품 애용이라는 구호는 국내기업이 품질이 변변찮은 상품을 비싼 값에 팔아 배를 불리는 데 매우 유용한 이데올로기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제한된 소득으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제인이 더 싸고 품질 좋은 수입품을 외면한다는 건 불합리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IMF 위기 때처럼 국민경제가 어려울 때는 수입품 구입이나 해외여행을 잠시나마 미뤄두는 쪽이 현명하다. 소비와 투자가 격감해서 국민경제의 수조에서 물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거기에다 수입이라는 또 다른 누출을 부추겨서는 좋을 게 없다"를 예외인 경우로 부연 설명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의 부연설명이 없었더라도 자국의 위기에 끝까지 부정하고 외면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금반지 모으기'로 확인된 사안이다. 그러나 그런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눈을 반짝이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하며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FTA를 학수고대하기 전에 그동안 품질이 다소 낮았음에도 국산품 애용'과 '애국주의' 판매 마케팅으로 몸집을 키워온 것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하고 제2의 창업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비자금 조성과 뇌물, 부동산축재, 불법 경영권 승계, 분식회계 등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벗어야 할 것이다. 도덕성이 상실되었다면 되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바삐 주주가치의 극대화 등이 포함된 기업지배구조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는 옛것에 올인하며 정체되어 있는 대기업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봉'이 되는 것을 사양할 것이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두렵다면 대기업은 반드시 그러해야 할 것이다.


※ 글을 마치면서 필자가 사무치게 싫어하는 일본과 일본상품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 봉피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5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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